장은 인체 면역 세포의 약 70%가 집중된 주요 면역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면역 체계를 지탱하는 관건은, 장 점막(intestinal mucosa)이 유해 물질과 유익한 영양소를 선별적으로 투과시키는 '장벽(barrier)' 기능을 얼마나 견고하게 수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장벽 기능이 손상되면, 유해 물질이 혈류로 유입되는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 소화 불량을 넘어 만성 피로, 피부 문제, 관절통 등 예상치 못한 전신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로 현대인의 식습관, 스트레스, 약물 사용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되며, 특히 장 점막의 이러한 기능적 문제는 내시경 등 일반 검사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상욱 원장(서래가정의학과)의 도움말로 장 누수 증후군이 전신 건강과 맺는 연관성을 살펴보고, 진단과 관리법을 알아본다.

'장이 샌다'는 표현이 생소한데, '장 누수 증후군'이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장이 샌다'는 표현은 의학적으로 장 점막의 투과성이 증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장벽이 약해져 본래 통과하지 않아야 할 물질이 혈액 속으로 스며드는 것입니다. 증상은 소화 불량, 설사,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뿐 아니라 피로감, 두통, 집중력 저하, 관절통, 피부 트러블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 위장병이 아닌 전신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 누수 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과도한 설탕 섭취 등 서구화된 식습관이 장 점막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항생제 남용, 알코올 섭취, 흡연 등도 장내 세균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면역 반응을 교란시키고 장벽을 손상시켜 장 누수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장이 건강하다고 봐도 되나요?
내시경은 궤양, 용종, 종양 등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장벽의 기능적 문제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장 점막의 투과성이 증가하는 것은 현미경적 수준의 변화이므로 내시경에서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시경 결과가 깨끗하다고 해서 장 점막이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장 누수 증후군은 어떤 검사로 진단하나요?
대표적으로 장 투과성 검사가 있습니다. 이는 특정 당분 섭취 후 소변 배출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장벽 투과성이 높으면(장벽이 새면) 당분이 더 많이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이 외에도 대변 검사를 통해 장내 미생물 분포나 염증 수치를, 혈액 검사를 통해 자가 항체나 염증 마커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장 건강이 면역력의 핵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연관이 있나요?
장은 면역 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체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장 점막 주변에 분포해 있습니다. 장벽이 손상되면 독소나 항원이 혈류로 유입되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등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부 트러블도 장 누수 증후군과 관련이 있나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장-피부 축(gut-skin axis)'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장에서 발생한 염증이나 독소가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며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상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여드름, 두드러기 등 만성 피부 질환 환자에게서 장 누수 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가 관찰됩니다.

장 누수 증후군 관리를 위한 생활 습관은 무엇인가요?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장을 자극할 수 있는 가공식품, 밀가루, 과도한 카페인, 알코올 섭취는 줄이는 것이 권장됩니다. 대신 신선한 채소, 고품질 단백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발효 식품이나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 회복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섭취가 장 누수 증후군 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마다 적합한 균주가 다를 수 있으므로,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장 누수 증후군을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방치할 경우 만성 염증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습니다. 장을 통해 유입된 이물질이 면역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 자가면역질환, 대사 질환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장의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의 기저를 흔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치료 후 재발을 막기 위한 관리법은 무엇인가요?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단기간의 식습관 개선만으로 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렵습니다. 생활 전반을 장 건강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정기적인 검진 및 전문가와의 상담이 재발 방지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 누수 증후군은 단순한 소화기 질환이 아니라 전신 건강의 기초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면역력, 피부 건강, 나아가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획 = 염진아 건강전문 아나운서